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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록! (소소하지만 상세한 날들의 기록)/혼밥(혼자 먹는 밥)

혼밥, 짬밥 예찬...봄의 시작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


밥은 여럿이 같이 먹는 것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에


하늘을 몸속에 모시는 것


밥은 하늘입니다


아아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김지하 시,「밥」전문 -



김지하 시인의 밥 예찬입니다. 오늘 짬밥이라 부르는 직원식당의 식판에 올려진 한 상의 자태 입니다. 


멋지지요? 아니면 그냥 그런가요? 


늘 먹는 것,  회사원이면 당연히 누리는 하찮은 회사의 배려, 이것 마져도 굳이 생각할 필요 없는 당연한 한끼....  당신은 무슨 생각 중이 신가요?



3500원으로 먹을 수 있는 한 끼는 많지 않습니다. 김밥천국의 김밥한 줄도 이젠 웬만한 곳에서 2000원이 넘습니다. 

편의점 라면에 삼각 김밥 하나 말고 주점부리 하나라도 더 잡으랴 치면 후다닥 3000원을 넘습니다.


세상 물가에 비해 훌륭한 가성비입니다. 이런 한상에 어찌 칭찬을 안 하겠습니까? 


벌써 삼월이고 절기 상 경칩입니다. 개구리가 겨울 잠을 깨고 나온다죠? 식판에선 아니 전 밥상이라 부를 랍니다. 밥상에 오른 돈나물이 계절의 전령이 됩니다.  돈나물이라 불리우는 돌나물은 뽑아서 아무데나 신문지에 말아 놔도 싹이 새로 날 정도로 매우 강한 번식력을 자랑합니다. 돌나물의 노란 꽃은 독뱀이나 해충에 물렸을때  찧어 붙이기도 하고 한약명은 석지갑으로 간염치료에 효능이 있다고도 합니다. 흔하고 가격도 저렴하니 매우 유용한 식물입니다. 


흑미로 지은 밥은 다소 호사로운 대접을 받는 날에 식사 아닌가요? 백미가 이젠 해롭다고까지 할 요량의 세상이 되어 이렇게 기능성 쌀이 직원식당의 한상에도 몸 값 높여 자리 하는 시대 입니다.


이 흑미의 효능이 최근 위궤양의 치료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YTN 보도로 귀가 쏠깃해진 이유도 있습니다. 헬리코박터균의 제거에 도움이 된다지요?



얼마 전까지 비싼 몸값을 자랑하시던 계란님께서 간장조림으로 재림하시어  무우와 당근등을 몸종 삼아 강림 하셨네요. 때 아닌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산 계란 수입으로 모처럼 새하얀 계란까지 맛보게 하시더니, 이젠 그 난리 파국이 진정 되었나 봅니다. (파아~구욱이다~ TVN 도깨비 박중헌 버젼~) 


고등어 구이 역시 카레를 입고 그 비린 맛을 버린 채 제법 크고 모양새를 갖추어 밥상의 비좁은 반찬 칸을 차지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직원식당의 형편이 오븐 따위는 꿈을 꿀 수 없는 지경이라, 생선구이는 존재 할 수 없고, 대부분 그 조리 방법이 튀김인데, 큰 솥에 튀기면 식당의 식수가 많을 수록, 많은량의 배어 나온 생선 육즙 탓에 그 쩔은 비린내가 먹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인데, 적은 식수 덕분인지, 조리장의 솜씨 덕인지 제법 먹을 만 합니다. 그 두께나 크기가 적당해서 일반 가정에서 냄새로 인해 기피하는 생선을 먹을 수 있는 경험의 시간을 허락하니 어찌 기쁘지 않겠습니까.


칸이 좁아서 김치와 함께 칸을 나눈 호박나물 역시 잘익은 놈과 설익놈이 잘 조화를 이뤄서 밥상의 구색을 더 해 줍니다. 간이 간간하게 새우젓으로 됐으면 더 할 나위 없을 텐데,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지만, 봄의 전령들에게 그 깊은 인상을 양보 하기 위해 일부러 조연의 역할로 물러서는 배려가 돋보이는 한 상입니다. 


근대 된장국의 구수함은 간이 살짝 모자라 슴슴한 지경이지만,  저나트륨 식당의 구현을 위해 적당한 핑계 거리가 그 변명을 대신한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노안이 와서 눈이 침침한 데, 근대에는 비타민 K가 풍부해서 눈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비싼 루테인으로 보호도 하면 좋겠지마는 먹는 것이 보약이고, 하늘인 밥상에 이리 다 갖추어져 나오니 호사가 따로 없습니다.  



게다가 얼마전 3000원에서 3500원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심할 정도의 읍소하는 말투의 가격인상 안내문은 오히려 황송해 보입니다.

같이 덧붙임된 개인당 자재 사용량 확대등의 설명은 당최 감이 오지 않지만, 이리도 상세하고 친절하게 안내하니 넓디 넓은 아량으로 현실을 받들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하늘같은 밥을 받은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지만, 주막의 여주인을 주모로 부르 듯이, 직원식당의 조리장을 찬모라 부르는데, 이 찬모에게 그 솜씨와 재주에 대한 예찬을 보냅니다. 물론 이를 기획한 기획자인 영영사의 뛰어난 기획력에도 함께 박수를 보냅니다.


이 한끼의 밥상에서 작은 의미와 수많은 효능을 담아 내는 이들에게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냅니다.


잘 먹었습니다. 찬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