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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록! (소소하지만 상세한 날들의 기록)/혼영(혼자보는 영화)

혼영, 싱글라이더



싱글라이더....



혼자 들어서는 영화관,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서성인다. 제법 익숙해진 나의 혼영(혼자영화보기)은 이제 주변 시선을 둘러보지 않고 영화관의 입장로를 따라서 내가 정한 자리에 몸을 고정한다. 


일요일 오후, 제법 빈 좌석들 사이로 한산하다. 오래된 듯한 말투의 커플사이 소근 거림이 문득 귀에 들린다. “자기야 이거 인기 없나봐앙~” 애교스런 콧소리에 볼멘 소리가 섞여 있는 듯도 하고, 썰렁한 영화관의 시설탓인 듯  미심 적은 눈으로 어리둥절 주변을 휘도는 몸짓이 내 등뒤로 감지 된다.


시작 전 주변 소리로 의식 없이 주변을 휘 둘러본 다. 극장 안, 내가 정한 자리는 맨 앞에서 4번째 제일 가운데 자리이다. 커다란 스크린 앞에서 볼때 몰입감이 좋기도 하여 정했지만, 택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어느 것이 내 것인지 구별이 어려운 팔걸이 끝의 컵홀더와 팔걸이를 놓고 옆에 앉은 사람과 암묵의 실갱이 할 필요 없어 좋기도 하다. 


하지만 이 극장은 과하게 층고가 높아 위아래의 의자간격은 편하고 좋지만 정작 스크린은 웬지 모를 가로 규격의 부족감으로 수 십년 전 삼류 영화를 여러 편 상영해주던 동시 상영관의 촌스러움까지 기억에 뭍어 나게 한다. 


극장의 비상구 안내 고지가 끝나면서 시작되는 영화는 배급사가 한국 영화 임에도 워너브러더스라는 배급사의 이름이 뇌리에 박힌다. 


시종일관 조용하고 낮은 어조, 거의 들리지 않는, 아니 많이 나오지 않는 대사가 극에 집중도를 높인다. 하지만 아이패드나 모바일로 본다면 집중과 몰입이 어려운 영화일 수 도 있어 보인다.


주변의 소음, 사람들의 먼 대화, 항상 흐트러짐 없는 주인공의 수트와 공간을 이동하며 생략된 과정들로 미루어 다소 무엇인가 혼미스런 씬들을 자아내는 배경들은 시간의 순서대로 현실을 잘 정돈되게 한다. 


하지만 영화는 문득 문득 이런 생각을 들게 한다.  

이터널 썬샤인에 도입부 짐캐리가 차에서 눈을 뜨고 깨어 날 때 한 젊은 사람이 차를 두드리며 말한다. 괜찮아요,,? (근데 저를 아세요?)

이런 느낌....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시공의 혼란...


스크린에 펼쳐지는 빛살 가득한 풍경의 호주는 눈부신 절경에 눈을 어질어질 하게 한다. 주인공의 시선은 느리게 호주의 가족들을 따라가며, 혼란스러운 현실과 자신의 실수들을 돌아보는 장면들로 느릿 느릿채워진다. 


아들역 꼬마의 이유 없이 서툰 한국말 대사가 다소 거슬리지만, 아니면 아이처럼 길지 않은 순간에도 쉽게 환경에 동화 되버리는 우리네 모습을, 비튼 영화적 설정인지도 모르겠다. 비교적 글로벌한 배급을 염두에 둔 설정이리라 믿어도 본다.


호주 아내와 아들이 있는 집을 찾은 주인공은 낯선 이방인 처럼 주변을 맴돌며 좀처럼 안으로 들지 못한다. 그러다 한 할머니의 시선과 마주치며 당황한다.  


그때 주인공 재훈의 한마디. “Im lost ”

   

무엇을 잃은 것인가?  

잃어 버린 것은 가야 할 길인가.. 아니면  속한 곳 없는 자아의 발견인가...    



영화적 상상과 익숙함에 시간과 공간을 다소 무시하고 이어지는 재훈과 지나의 만남과 대화는 그리 어색하지 않다. 여기에 또 다른 영화적 상상이 숨어 있다.


지나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워홀 (워킹홀리데이)에서 만난 한국인들은 환전을 위해 만나 또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지만, 여기서도 그들을 대변하는 대사는 여지 없이 등장한다. 한국에 돌아가면 뭐 할 거 있나봐...  방황하는 젊음이 타향 호주에서 부도덕한 모습으로 또 다른 현실인 고향, 헬조선에 대한 디스.  



영화의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타즈매니아!

재훈이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꼭 갈 곳이 있다면서 떠나던...

마지막 장관을 연출하는 바닷가 절벽의 풍광.

 

한국사람들에게는 낯선 곳이다. 

17세기 서방의 탐험가에 의해 세계에 알려진 미지의 땅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순수함을 의도 하면서 그려진 타즈매니아..

그러나 미지와 순수에는 인간의 탐욕의 역사로 절멸 하다시피 한 섬의 원래주인들에 대한 사연을 통해 인간에 인간에 대한 태도와 성찰이 작가의 의식세계에 깃들여져 있던 것일까?


자아가 없는 현대인들은, 하염없이 몰려다니고 끌려다니기만 하는 테크놀러지의 지정학적 관계역학으로 인해 한없이 풍요롭지만 정서적으로는 외롭고 한없이 넘쳐나는 세상의 욕심에 고단하기만한 세상 순간의 모습을 그린 영화로 기억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