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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록! (소소하지만 상세한 날들의 기록)/혼영(혼자보는 영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원작소설 vs 영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사랑을, 인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기욤 뮈소(장편 소설) 



vs 영화  


출연 : 김윤석, 변요한, 채서진,김성령,김상호,

감독 : 홍지영

(주)수필름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인생을 뒤바꾼 기적 같은 10번의 기회
“넌 30년 전의 나고, 난 30년 후의 너야”

2015년 현재
“간절히 바라는 소원이 있습니까?”
현재의 수현(김윤석)은 의료 봉사 활동 중 한 소녀의 생명을 구하고
소녀의 할아버지로부터 신비로운 10개의 알약을 답례로 받는다.
호기심에 알약을 삼킨 수현은 순간 잠에 빠져들고
다시 눈을 떴을 때, 30년 전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1985년 과거
“분명 모르는 사람인데... 이상하게 낯이 익었어”
오래된 연인 연아(채서진)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과거의 수현(변요한)은
우연히 길에 쓰러진 남자를 돕게 된다.
남자는 본인이 30년 후의 수현이라 주장하고
황당해하던 과거의 수현은 그가 내미는 증거들을 보고 점차 혼란에 빠진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어. 지금 이 순간 역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고.”
“당신에겐 과거지만 나한테 미래에요. 그 미랜 내가 정하는 거고!”

사랑했던 연아를 꼭 한 번 보고 싶었다는 현재 수현의 말에
과거 수현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고
이어 믿기 힘든 미래에 대해 알게 되는데…

그 때로 돌아간다면… 지금의 내 인생도 바뀔 수 있을까요?




vs 원작소설(번역본)


캄보디아 북동쪽

우기

2006년 9월


적십자사의 헬리콥터는 예정된 시간에 착륙했다. 숲이 무성한 고원지대에 자리 잡은 마을에는 통나무와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엮어 허술한 집들이 백여 채 들어서 있었다. 앙코르나 프놈펜 같은 관광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이 오지 마을은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이 적막 했다. 습한 공기에 둘러싸인 마을은 홍수 때문에 어딜 가나 진창이었다.

 

헬리콥터 조종사는 터빈을 끄지 않고 기다렸다. 그의 임무는 구호활동을 위해 마을에 와있는 의료진을 다시 도시로 이송하는 것이었다.보통 때라면 딱히 문제될 게 없었지만, 한창 우기인 9월인데다 집중폭우가 억수처럼 퍼붓고 있어 헬기 운행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연료는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의료진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수송할 만큼은 준비되어 있었다. 단, 오래 지체하지 않아야 했다.


외과의사 두 명, 마취의사 한명, 간호사 두 명이 이틀째 머물고 있던 간이 진료소에서 뛰어나왔다. 의료진은 지난 몇 주 동안 이일대의 마을을 돌며 말라리아, 에이즈, 결핵 환자들이 많았다. 의료진은 그들을 치료하고, 인공 보철구를 조처해주었다. 조종사의 신호가 떨어지자 의료진 다섯 명 중 네 명이 재빨리 헬기에 올랐다.


 그런데 약간 뒤에 떨어진 60세쯤 된 의사는 헬기에 오르지 않고, 주변에 몰려든 캄보디아 인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서있었다. 그의 머뭇거리는 거동에서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을 내버려두고 떠나여 하는 의사의 안타까운 심정이 묻어 났다. 선생님, 이제 출발해야 합니다! 지금 이륙하지 않으면 비행기를 놓치게 됩니다. 


조종사가 긴박하게 소리 쳤다. 의사가 고개를 끄떡였다. 막 헬기에 오르려던 그의 시선이 한 노인이 힘겹게 안고 선 어린아이에게 멎었다. 그 아이는 기껏해야 세살이 넘어 보이지 않았다. 그 아이의 자그마한 얼굴은 윗입술이 세로로 갈라지면서 파열된 기형이었다. 선천성 기형이기 때문에 수술을 받지 않는다면 아이는 평생 유동식만 먹고 살아야 할 것이고, 말은 한 마디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이 없어요!

간호사 한 명이 그를 바라보며 안타깝게 말했다.

이 아이는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하오.

머리 위에서 돌아가는 프로펠러 소리에 묻히지 않으려고 의사가 버럭 소리 지르듯 말했다.

이젠 시간이 없어요! 홍수가 나서 도로 쪽 통행이 불가능 해요.헬리콥터는 며칠이지나야 다시 뜰 수 있어요.

하지만 의사는 꼬마에게서 눈길을 돌리지 못하겠다는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는 언청이로 태어난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버림받는 일이 비일비재한 캄보디아의 풍습을 알고 있었다. 이런 아이들은 기형 때문에 입양 기회도 원천 봉쇄 되었다.

간호사가 다시 간곡히 말했다.

내일 모레는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야만 해요. 수술 일정도 빡빡하게 잡혀 있고, 강연 일정도 잡혀 있고 또......

나를 이대로 내버려두고 어서 출발해요.

의사는 결국 헬리콥터에서 멀찍이 물러났다.

그럼 저도 함께 남겠어요.

간호사가 땅으로 뛰어 내렸다.

(중략)


의사는 마을에 남기로 한 결정을 후회 하지 않았다. 매년 적십자사에서 조직한 의료캠프에 지원해 구호 활동을 펼쳐왔다. 구호활동이 끝나면 언제나 피로 때문에 녹초가 되거나 후유증이 뒤따랐지만 언제부턴가 그 일에 마약처럼 중독되고 말았다. 그가 샌프란시스코 외과과장으로 사는 순조롭기만 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기도 했다.


담배꽁초를 비벼 끄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뒤돌아보니 헬기가 떠날 때 어린아이를 안고 서있던 노인이었다. 노인은 말하자면 이 부락의 촌장 같은 사람이었다. 전통의상을 걸친 노인의 등은 굽었고, 얼굴에는 깊게 파인 주름이 만들어져 있었다.

노인은 인사를 대신해 깍지 낀 두손을 턱에 대고 고개를 곧추 세운채 의사를 똑바로 쳐다 보았다. 그러더니 의사에게 따라오라는 ㅗㄴ짓을 했다. 노인은 의사에게 곡주를 한 잔 권한 다음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름이 루난이오.

노인이 아이의 이름을 말하는 것이라 짐작하며 의사는 가볍게 고개를 끄떡였다.

아이의 얼굴을 되찾아 줘서 고맙소.

의사는 겸손하게 감사의 인사를 받은 다음 곧 뒤따를 공치사 때문에 거북한 마음이 되어 노인의 시선을 피했다. 유리 없는 창밖으로 무성하고 푸른 열대림이 손을 뻗으면 바로 닿을 듯한 거리에 펼쳐져 있었다. 여기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라타나기리 산을 조금만 더 올라가면 아직도 호랑이, 뱀, 코끼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신기 하게 느껴졌다.


노인이 한창 공상에 잠긴 의사에게 물었다.

혹시 반드시 이루었으면 하는 소원이 있소?

엘리엇이 질문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되물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승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소원이 무엇이오, 의사선생?

재치 있게 응수할 생각이었으나 피로가 몰려오는데다 느닷 없이 감삼에 젖게 된 의사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꼭 한 번만이라도 만나고 싶은 여자가 있습니다.

여자라면?

예 내게는 단 하나뿐인 여자죠.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했던 단 한 명의 여자.

이 순간 서구 문명 세계와 동 떨어진 이 외진 장소에서 두 사람 사이로 어떤 엄숙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


그 여인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시오?

노인이 너무나 소박한 대답에 놀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노인이 살짝 눈썹을 찡그리며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잠시 말 없던 노인은 근엄하게 일어서서 방으로 걸어 갔다. 선반 대용으로 쓰는 판자위에는 말린 해마, 인삼,포르말린에 담긴 몸이 뒤엉킨 독사 등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얼마동안 선반을 뒤지던 노인의 손에 비로소 찾던 물건이 잡혔다.

노인은 의사에게 다가와 조그만 병을 하나 건넸다. 병에는 작은 황금색 알약 10개가 들어 있었다.      




이렇게 시작한 원작의 모습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영화는 아쉬운 상상력을 보여 준다. 앙코르 와트를 보여주는 장면이 없었다면, 이 영화의 오프닝장면은 킬링필드나 플래툰 같은 전쟁 영화의 시작인 줄 착각 할 듯도 하다.   


영화와 소설 모두 중요한 매개인 10알의 약병과 만나는 장면은 좀 더 신중하게, 그러면서도 신비한 미래를 예상하게 하는 복선의 장면으로 묘사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면서 빈약한 상상력이 영화 전반에 뭍어 난다.


엘리엇, 일리나, 매트로 이어지는 주요 등장인물의 이름은 영화속에서 한수현, 최연아 강태호로 불리우며 무대를 서울대공원과 부산으로 설정한다. 원작은 플로리다와 샌프란시스코로 보여지던 무대이다.


외과의사인 엘리엇의 직업은 의사로 당연히 중요한 장면 배치로 인하여 유지 되지만, 오션월드의 수의사로 나오는 일리나는 매우 매력적이고 그린피스 활동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 하는 적극적인 캐릭터의 여주인공으로 나오지만 영화 속에서는 빈약한 상상력으로 그저, 지고지순을 묘사하려만 애 쓴다. 일리나의 직업은 원작에서 수의사인데 영화 속의 조련사와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원작을 보고 각색하면서 잠시 작가가 혼동 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저비용 예산의 영화에 맞추어 직업을 각색한 것일까 궁금하다. 


매트 역시 소설 속에서 김상호분으로, 글세,  원작이 보여주는 마초적인 면을 빼고 캐스팅한 대표적인 미스캐스팅이 아닌가 생각된다. 원작의 매트는 여성들에게 매력적인 마초맨으로 등장하는데, 이 점은 온데 간데 없는, 극의 재미와 긴장 마져 희석시키는 캐릭터의 배치로 감초 같은 조연의 역할을 심심하게 만든 이유가 아닐까 한다.


적어도 심심한 장면과 앞뒤 연결에 양념같은 노출 씬하나도 없게 만든 철처히 안방 극장용으로 만들어진 저 예산 영화로 보인다.


책 속에서야 지면으로 몇 번째 만남 이런 식으로 장면을 오가며 시간 장소를 명기 하니 훨씬 이동과 장면의 묘사가 쉽게 인지 되지만, 영화적 요소들은 너무 심심하고 그냥 무난한 편집으로 미래,과거, 현재를 오가는 장면의 긴장 요소들을 자꾸 잊혀지게 한다.


그 흔한 특수 효과 하나 없다보니 이게 소설적 상상인지 아니면 정말 리얼리티인지 조차 혼동 된다. 


한국적인 문화의 기반 속에 클라이막스인 미래의 엘리엇 아니 한수현이 연아를 수술하는 장면에서 현실과 과거, 미래를 오가며 얽힌 고리들을  개연성과  인연으로 풀어내는 과정도 어색하다. 특히 원작에 등장하는 레지비언간호사 ,동료 의사등이 한국적으로 얽히고 재창조 되면서 긴박한 수술 장면의 협조하는 개연성을 설명하는 근거를 잃어 버린 것이다. 이점이 궁금하시면 원작으로 확인 하시라.

여기서 평형이론의 원칙은 무너지고 닥터후가 우주를 다니듯 혼돈스러운 장면들의 결합이 이루어 진다. 


하지만 이런 재창조의 과정에서 한라봉의 이름의 유래가 정말 헛갈릴 정도로 태호의 (제주에서 한라귤) 성공은 재미 있게 보여 진다.


섬세한 감독의 장면연출이 마지막 장면에서 설레임으로 두근두근 거리며 주인공들의 재회를 주선하는 장면은 늘 그렇듯 이런 로맨스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남는다.


옥에 티로 젊은 주인공들의 부족한 내면 연기는 극을 달떠있게 한다. 몰입이 어려운 주요 이유가 너무 감성적인 여주인공의 알 수 없는 발음과 화내는 연기만 귀에 들어오는 남자 주인공의 연기에 다시 한번 캐스팅의 아쉬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마무리를 김윤석과 김성령이 아니었다면 개봉관에서 상영도 어려운 작품으로 기억 되기에 충분한 작품이기도 하다.


내 돈 주고 상영관에서 원작의 설레임을 기대했다면 다소 절망 했을 영화다. 


시간을 되 돌릴 수 있다면 SF적 상상력을 덧 입혀 설레이는 로맨스 SF를 탄생 시킬 텐데......


결론적으로 이 대결은 소설의 완승으로 판단된다.  기욤뮈소가 김윤석의 연기를 추적자에서 보고 흔쾌히 승락 했다고 하는데, 한국어 판 영화를 보고는 어떻게 평론했는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