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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자! (책을 보자)

글 쓸때 필요한 오답노트! (내글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내가 쓴글 내가 다듬는 법

 

내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적의를 보이는 것들?

 

접미사 ~적과 조사의 ~의 그리고 의존명사 것, 접미사 ~들이 문장 안에 습관적으로 쓰일때가 많으니 주의해서 잡아내야 한다는 뜻으로 선배들이 알려준 문구였다. 실제로 예전엔 문장에 적,의,것,들 이 더러는 잡초처럼 더러는 자갈처럼 많이도 끼어 있었다. 잡초를 뽑아 내고 자갈을 골라내듯 하도 빼다 보니 교정 교열자에게 적의를 보이게 된 것들이라는 뜻이기도 했고, 이쪽에서 적의를 보이는 것들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우선 사전은 접미사 ~적의 뜻을 이렇게 풀어 놓았다.

 

그 성격을 띠는, 그에 관계된, 그 상태로 된 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에 쓰인 바로 그 ~적이다. 적적적 하는 게 영 보기 싫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다 빼 버릴 수도 없다. 우리말에 원래 없는 표현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원래를 따지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서인지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 대상이 말이라면 원래 없다는 말 만큼이나 이상한 말이 또 있겠는가. 말이 무스 ㄴ화석이 아닌 다음에야. 다만 안써도 상과 없는데 굳이 쓴다면 그건 습관 때문이리라. 가령 다음과 같은 표현처럼.

 

사회적 현상, 경제적 문제, 정치적 세력, 국제적 관계, 혁명적 사상, 자유주의적 경향

 

사화 현상, 경제 문제, 정치 세력, 국제 관계, 혁명 사상, 자유주의 경향

 

훨씬 깔끔해 보인다. 그렇다고 뜻이 달라진 것도 아니 잖은가. 그러기는 커녕 더 분명해 졌다.

 

 

이 책은 우리가 쓰는 글에서 습관이나 군 더더기로 인해, 범하기 쉬운 오답 같은 표현들을 더욱 깔끔하고 정돈되게 하는 법에 대하여 말해줍니다.. 특히 많은 글들을 컨텐츠로 생산해 내는 블로거들에게는 한번쯤 읽고 생각해 봐야 하는 한글 맞춤법과 글을 쓰는 우리의 잘못된 습관들을 사례로 교정하여 보여 줍니다. 복잡한 설명이 다소 눈이 잘 들지는 않지만 문장의 사례로 보면 쉽게 이해가 가는 위크포인트 레슨이 매우 새롭습니다. 어렸을적 받아쓰기를 하면서 한글을 배우던 시절로 돌아가 마음 졸이면서 내가 쓴글을 뒤 돌아 보게 하는 시간입니다. 자 시험 준비!  시험 시작합니다.

 

사과, 배, 포도 들이 풍성하게 열렸다.

 

사과들과 배들과 포도들이 풍성하게 열렸다. 대개의 경우 ~들~들~들을 붙여서 좋을 건 없다. 예전엔 편집자들이 들을 반복해서 쓴 원고를 재봉틀 원고라고 부르기도 했다. 들들들들 만 눈에 띄니 마치 재봉틀로 바느질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서였다. 그 만큼 우리말 문장에서 복수를 나타내는 접미사 ~들은 조금만 써도 문장을 어색하게 만든다.

 

1. 사과나무들에 사과들이 주렁주렁 열렸다.

2. 모든 아이들이 손에 꽃들을 들고 자신들의 부모들을 향해 뛰어 갔다.

3. 수 많은 무리들이 열을 지어 행진해 갔다.

4. 문들이 열리자 그는 관람자들의 무리에 휩쓸려 전람실들이 줄지어 있는 홀 안으로 들어 갔다.

 

 

자 여기서 한번 제대로 된 문장으로 바꾸어 보시라.

 

 

1. 사과나무에 사과가 주렁주렁 열렸다.

2. 모든 아이가 손에 꽃을 들고 자기 부모를 향해 뛰어 갔다.

3. 수많은 무리가 열을 지어 행진해 갔다.

4. 문이 열리자 그는 관람객 무리에 휩쓸려 전람실이 줄지어 있는 홀 안으로 들어 갔다.

 

훨씬 낫지 않은가. 더군다나 관형사 모든으로 수식되는 명사에는 복수를 나타내는 접미사 ~들을 붙이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다. 무리나 떼처럼 복수를 나타내는 명사도 마찬가지다. 이미 복수형을 하고 있는데 뭐하러 ~들을 또 붙인단 말인가.

 

 

무섭지요? 작자는 우리들이 하는 이런 늘상의 복수형에 대한 실수도 이리 매섭게 질타합니다. 조심합시다 여러분   ~들~들~들

      

 

것이 얼마나 중독성이 강한지는 다음 문장을 보면 알 수 있다.

 

1. 우리가 서로 알고 지낸 것은 어린 시절부터였다.

2. 친구들과 같이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 했지만 선생님은 내말을 믿지 않았다.

3. 우리에게 그것은 미래적인 것을 의미 했다.

4. 그가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5. 나는 이 도시가 내 고향인 것처럼 생각되었다.

6. 위로의 말과 도움의 손길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7. 그제야 비로소 나는 내가 느낀 분노의 강도가 얼마나 엄청난 것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8. 실패 한다는 것은 단지 출구를 찾지 못했다는 것일 뿐이다.

9. 그가 자신은 별로 한 게 없다고 말한 것은 겸손을 부리는 것과는 달랐다.

10.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이 무엇인지 딱 꼬집어 말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11. 이러한 변화는 놀랍고 가히 혁명적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정도 것으로 끝나는 문장들을 수정해 보자. 

 

 

1.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서로 알고 지냈다.

 

2. 친구들과 같이 있었다고 이야기했지만 선생님은 내말을 믿지 않았다.

 

3. 우리에게 그것은 미래적를 의미 했다.

 

4. 그가 무슨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5. 나는 이 도시가 내 고향처럼 생각되었다.

6. 위로의 말과 도움의 손길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합니다.

7. 그제야 비로소 나는 내가 느낀 분노의 강도가 얼마나 컷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것 또는 한다는 것을 쓰면 뒤에도 것을 쓰게 된다. 한다는 것이 문장을 어색하게 만드는 이유다.

 

8. 실패란 단지 출구를 찾지 못했다는 것일 뿐이다.

 

9. 그는 단지 겸손을 부리느라 자신은 별로 한 것이 없다고 말한 게 아니었다.

 

굉장히,가히 라는 부사도 거슬린다.

 

10. 노래를 잘 부르는 게 무엇인지 딱 꼬집어 말하기는 무척 어렵다.

11. 이러한 변화는 놀라울 정도여서 가히 혁명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렇게 이 책은 빨간펜 선생님이 빨간펜으로 지도 첨삭하듯, 매우 친절하게 문장을 예로 들어 어색하게 하는 문장의 표현들을 바로 잡아 줍니다.

 

 

 

문장은 손가락이 아니다.

그, 이, 저, 그렇게, 이렇게, 저렇게

 

지시대명사는 꼭 서야 할 때가 아니라면 쓰지 않는 게 좋다. 그, 이, 저, 따위를 붙이는 순간 문장은 마치 화살표처럼 어딘가를 향해 몸을 틀기 때문이다. 특히나 그, 이, 저 가 한 문단에 섞여 쓰이면 문장은 이리저리 헤매게 된다. 

 

젊은 날 아버지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그 실수가 아버지 인생을 어둡게 만들었다. 그 어두움은 쉽게 가시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까지 나쁜 영향을 끼쳤다. 그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이 바로 나였다. 나는 그 영향에서 벗어나려고 애썼지만 아버지 인생의 그 어두움이 결국 내 인생을 결정 짓고 말았다.

 

 

   

젊은 날 아버지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그 실수가 아버지 인생을 이렇게 어둡게 만들었다. 이러한 어두움은 쉽게 가시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까지 나쁜 영향을 끼쳤다. 그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이 바로 나였다. 나는 이 같은 영향에서 벗어나려고 애썼지만 아버지 인생의 이 어두움이 결국 내 인생을 결정 짓고 말았다.

 

첫째 문단에 쓰인 지시대명사는 그 뿐이다. 그 덕분에 문장들이 한쪽 방향으로만 고개를 돌린 것처럼 보인다. 물론 지시 대명사도 잘 쓰면 문장들이 질서 정연하게 보이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습관처럼 남용한다면 역시 좋을 게 없다. 더군다나 둘째 문단에서처럼 그, 이 뿐만아니라 이러하다 같은 형용사까지 섞어 쓰면 정신없어 진다.

 

 

 

젊은 날 아버지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아버지 인생을 어둡게 만든 실수였다. 어두움은 쉽게 가시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까지 나쁜 영향을 끼쳤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이 바로 나였다. 나는 벗어나려고 애썼지만 아버지 인생에 드리워진 어두움이 결국 내 인생을 결정 짓고 말았다.

 

 

훨씬 잘 다듬어진 위의 글을 잘 봅시다. 이게 바로 위크 포인트! 

 

 

말을 이어 붙이는 접속사는 삿된 것이다. 

 

김훈의 소설을 읽을 때면 공연한 걸 확인하게 된다. 가령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 같은 접속 부사가 얼마나 쓰였는지, 혹은 보조사 은, 는과 주격조사 이,가,중 이,가 가 얼마나 많이 쓰였는지 따위들. 소설을 읽을 생각은 않고 엉뚱하게 계산만 한다. (중략)

접속부사는 삿된 것이다. 그건 말이라기보다 말 밖에서 말과 말을 이어 붙이거나 말의 방향을 트는 데 쓰는 도구에 불과하다. 말을 내쪽으로 끌어오거나 아니면 상대 쪽으로 밀어붙이려는 꼼수를 부릴 때 필요한 삿된도구. 그러나 말이 이야기가 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이야기란 원래 삿된 것이니까.

 

정약전은 흑산의 검을 흑 자가 무서웠으나, 무서움은 섬에 한정된 것은 아니었다. 흑 자의 무서움은 당대 전체에 대한 무서움과 같았다. 정약전은 그 무서움의 나쪽을 스스로 들여다보았는데, 돌아가고 싶은 그리움의 흔적이 거기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듯도 했다. 돌아갈 곳이 없이, 모두 무서운 세상인데, 그래도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은 고향 마재 마을 개울의 게와 흑산 개울의 민물 게가 모양새가 같기 때문일 것이라고 정약전은 스스로에게 설명해 주었다. 흑산에 대한 무서움 속에는 흑산 바다 물고기의 생김새와 사는 꼴을 글로 써야 한다는 소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물고기의 사는 꼴을 글로 써서 흑산의 두려움을 떨쳐낼 수도 없고 위로 할 수도 없을 테지만, 물고기를 글로 써서 두려움이나 기다림이나 그리움이 전혀 생겨나지 않은,본래 스스로 그러한 세상을 티끌만치나마 인간 쪽으로 끌어당겨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고기의 사는 꼴을 적은 글은, 사장이 아니라 다만 물고기이기를 , 그리고 물고기들의 언어에 조금씩 다가가는 인간의 언어이기를 정약전은 바랐다.(김훈, 흑산 , 학고재, 2011, 336~337쪽)

 

김훈은 또한 그렇게 바랐다. 물고기와 인간과 하늘이 똑같이 각자의 서술어를 당당히 감당해 내는 주체로 서기를, 하여 주체와술어가 서로를 규정하면서도 서로를 넉넉히 감당해 내기를, 김훈은 바랐다. 하여 김훈은 이, 가, 로 주어를 불러내고 접속부사로 그들의 성질을 이어 붙여서 술어로 설명해 내는 이야기꾼이기보다는 말을 바로 세워 삿되지 않은 그 말이 세상을 넉넉히 감당해 내기를 바라는 접주와도 같다. 밥은 하늘이다.라는 문장을 꾹꾹 눌러써 가며 옮겨 적었던 그 접주. 하여 김훈체를 읽는 것은 무슨 비결을 읽는 것처럼 감당하기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 크고 두려운 날들이 다가 온다.라는 흑산의 문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만 같은 그 비결을 읽는 일처럼.

 

김훈님의 글은 정말 놀랍지요. 요즘 칼의 노래를 읽고 있는데 글을 보고 머리치고 전율을 느끼게하는 글발의 묘수가 정말 기기묘묘하다고 할까요.

제대로 된 표현 조차 어려워 이책을 보며 내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데, 김훈님의 명문들을 보며 그 재능에 찬사를 보낼 뿐입니다.

 

여기에 함인주씨와의 주고받은 글을 통해 이어지는 에피소드는 직접 책을 읽고 확인해주시길 바랍니다. 그 속에서 내 글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라는 제목의 의문이 풀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