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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자! (책을 보자)/경제

경험? 가성비?(트랜드코리아 2017)





약 20 여 년 전, 새로운 브랜드의 햄버거 가게 두 곳이 문을 열었다. 서울 쌍문동에 매장을 연 맘스터치와 서울 압구정동에 첫 둥지를 튼 크라제버거 가 주인공이다.

2015년 전년 대비 2배를 뛰어 넘는 15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맘스터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증시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크라제버거는 현재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두 브랜드의 운명을 가른 것은 바로 가성비였다. 2004년 매년 6억원씩 적자를 내던 맘스터치는 가성비를 앞세운 중저가 전략으로 이제 800개가 넘는 가먕점을 자랑하고 있다. 저성장 시대 트렌드의 변화에 정확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극적으로 보여 주는 대비이다. 주목할 점은 현재의 가성비 바람이 단순히 최저가 상품을 찾아 내는 것에 머물지 않고 최고의 성능을 찾아가는 현명한 소비로 진화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싼게 비지떡이 아니라 싼데 엄지척인 제품을 소비 하는 것, 2016년의 소비자들은 SNS에 가성비 갑 리스트를 공유하며 더 알뜰하고 똑똑하게 돈을 쓰고자 정보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소비자들의 구매 정보가 많아 졌다는 사실이다. 가성비의 약진과 소비자 정보력의 향상은 불가 분의 관계이다. 소비자는 이제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미디어 매체도 늘었다. 온라인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구매 상품평과 sns입소문이 브랜드 충성도를 위협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동료 소비자들의 구매후기와 풍부한 정보 덕에 신뢰의 지표 였던 브랜드에 의존 할 필요성이 줄어 들고 단순하게 가격대비 성능만 보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브랜드 후광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던 화장품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다이소가 발표한 2016 상반기 베스트 아이템 10에 포함된 조롱박형 화장퍼프가 대표적이다. 똥퍼프라는 애칭으로 불린 이 조롱벅형 화장퍼프는 해외고가 브랜드 뷰티블렌더에 비교해도 밀착력이나 피부표현이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 뷰티 블로거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사용자들의 후기는 도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만들어 냈고 해당상품의 인기 몰이에 더욱 큰 영향을 미쳤다. 브랜드도 없고 광고도 하지 않은 제품이 가성비 하나로 무장해 입소문을 탈 수 있었던 것이다. 잡지나 TV 프로그램뿐 아니라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 채널과 다양한 SNS플랫폼들이 앞다투어 정보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이제 소비자의 선택지는 다양해졌으며 스스로 가격에 어울리는 제품을 발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가치 소비의 시대, 이름값을 버리고 몸값을 올리다.


휴대폰 시장에도 브랜드의 이름값이 가성비에 밀리는 상황이 펼쳐졌다.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제품이 출시 될때마다 판매점 앞에 밤새 줄 서던 풍경은 이제 옛말이 되어 가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저가폰의 등장은 기존의 굵직한 브랜드가 누리던 시장구조를 재편시켰다. 삼성,엘지,애플등 메이저 회사들도 주력 프리미엄폰의 출시전에 가성비를 강화한 중저가 모델을 내놓는 것이 일반적인 출시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값싸고 쓸만한 폰을 찾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브랜드 이름은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국의 화웨이가 내놓은 비와이폰의 경우 9월 한달 하루 평균 500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대대익선, 기왕이면 더 싸고 더 크게 승부 한다.


2016년 음료시장은 더 저렴하고 더 큰 용량을 앞세운 어체들의 경쟁으로 넘쳐났다.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커피시장은 15년간 매년 평균 9%씩 성정을 계속하고 있다.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2016년 상반기 저가 커피/주스 전문 업체 이용률은 전년동기 대비 1,741%이상 증가해 커피 시장의 건재 함을 보여 주엇다. 특히 저가 커피 전문점의 상승세가 무섭다. 빽다방 커피전문점은 싸다,크다를 콘셉트로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었으며 가성비와 커피 본연의 맛에 집중한 이디야 커피 전문점 역시 가맹점 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주스 전문점 쥬씨 역시 고가의 생과일주스르르 대용량 사이즈에 2,8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선보여 삼복 더위 속에서 고객들이 줄을 설 만큼 불황 속에 호황을 누렸다. 값비산 음료 한잔이라는 작은 사치 대신 값싸고 양 많은 음료 한 잔이 고물가에 허덕이는 서민들에게 차선의 합리적인 가치로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에서는 동일한  가격에 용량만 늘린 소위 착한 포장 제품으로 가성비 전쟁에 대응하고 있다. 질소 포장이라 불리며 과대 포장으로 문제가 되었던 업체들이 소비자드의 엄중한 질책과 요구에 변화를 꾀한 것이다. 오리온은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내세워 마켓오 리얼브라우니,초코파이 정등의 과자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며 중량을 늘렸다. 초코파이의 경우, 기존 35g에서 39g으로 11.4%가량 사이즈를 키우며 초콜릿 함량도 13%로 올렸다. 이는 소비자들의 긍정적 반응을 끌어내며 초코파이의 경우 중량을 늘린 후 한 달 사이 매출이 21%증가 했다. 마찬가지로 팔도비빔면 또한 변동 없는 가격에 중량만 20%늘린 팔도비빔면 1.2를 한정판으로 출시해 연간 판매량의 15%안 1000만개를 생산했으나 50일 만에 완판에 성공했다. 국민배달 음식인 치킨 시장에서도 가성비가 통했다.2016년 호식이 두마리치킨의 경우 치킨 한마리 가격에 두마리를 주는 1+1전략으로 치킨배달 서비스부분에서 소비자 만족도 1위를 차지 했다. 이러한 업스케일 마케팅은 실속을 추구 하는 가치 소비족의 증가와 맞물려 식품 업계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확대 되고 있다.





향후 전망


틈새 시장 속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노력이 중요

어떻게 제품력만으로 킬러 아이템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먼저 치열한 가격 경쟁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차별화 시킬 수 있을 것인가의 고민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대두 될 것이다. 불경기 속에서도 고객들은 여전히 작은 사치를 추구 하고 가성비를 중시하며 프리미엄을 여전히 선호 한다. 따라서 다음 단계는 가성비 경쟁속에서의 프리미엄 추구로 전개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변화가 던지는 중요한 시사점은 이제 브랜드 관리 역량보다는 신제품 개발 역량이 중요해 졌다. 소비자의 정보가 절대적으로 다양해진 가성비의 시대에는 브랜드 파워가 약하더라도 가성비 좋기로 소문난 상품은 주저 없이 선택된다. 따라서 가성비 좋은 신상품을 누가 먼저 출시하는 가가 기업의 핵심 역량이 된다. 

무엇보다도 소비자의 급변하는 니즈를 파악하고 거기에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는 스피드가 절실 하다.브랜드 관리에서 트렌드 대응으로 기업의 핵심 역량이 전환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앞으로 유통업의 경쟁자는 야구장과 놀이동산이 될 것이다.

유통가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신세계 스타필드하남을 오픈하면서 정용진부사장이 sns에 남긴 말이다. 야구장과 놀이공우너을 경쟁상대로 지목한 것은 소비의 범위를 물건을 구입하는 행위에서 콘셉트와 문화,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는 총체적이고 역동적인 여가로 확장 시키겠다는 것이다.실제로 하남 스타필드는 축구장70배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몰로 창고형 할인매장에서 가전전문매장, 반려동물용품 전문매장 등 신세계 그룹에서 그 동안 선보였던 다양한 콘셉트의 매장이 한곳에 모여 있어 종합적인 엔터테인먼트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의 아쿠아필드는 워터파크, 스파, 사우나를 즐길 수 있는 물놀이 공간으로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의 루프탑 수영장과 비슷한 인피니티풀을 경험 할 수 있으며 30여종의 다양한 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는 스포츠몬스터에서는 암벽등반, 트램펄린, 자유낙하, 로프코스등의 익스트림 스포츠까지 즐 길 수 있다. 이 처럼 놀잇거리가 필요한 소비자를 잡기 위해 생산, 제조업체도 좀더 적극적으로 대규모의 복합 문화공간을 기획하는 추세다.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는 2010년 전 세계 최초로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에 페라리월드 아부다비를 개장 한바 있다. 페라리의 모토인 스피드를 테마로 20여종에 달하는 놀이기구뿐만 아니라 어린이용으로 축소한 F430 GT스파이더를 이용한 드라이빙 스쿨, 페라리 갤러리, 다양한 음식, 쇼핑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제품구매보다 취미 생활을 공유하기 위해서 모이는 사람들도 증가 추세다. 현대백화점 판교점3층에는 넓은 테이블에 사람들이 모여 바느질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죽공방 토글 매장으로 들어오면서 가죽공예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백화점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가상이 실재이고 실재가 가상 같은 체험

포켓몬스터 6세대부터는 새로운 진화방식이 도입 됐다. 진화를 뛰어넘은 진화, 메가진화다. 메가진화는 일반진화로 있을 수 없는 힘을 발휘하게 된다. 경험의 공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 지고 있다. 새로운 IT기술들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경험 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가능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을 이용하여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하면서 브랜드와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려는 사례가 여러분야에서 관찰 되고 있다.

2016년 7월 아시아 최대규모의 상하이 디즈니랜드가 문을 열면서 다양한 브랜드들이 마케팅 경쟁을 벌였다. 그중 VR을 이용하여 상하이에서 제주도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경험을 가능하게 한 아모레퍼시픽의 자연주의 화장품인 이니스프리 플라잉바이크가 주목 받았다. 자전거라는 신체 활동을 접목시켜 직접 페달을 밟으며 제주의 하늘과 바다를 여행하는 느낌을 제공하고 중간중간 브랜드 가치를 게임방식으로 구현해 소비자가 브랜드스토리를 총체적으로 경험 할 수 있도록 한것이다.


이미 이베이는 2016년 5월 호주에서 대형백화점 체인인 마이어와 함께 이베이 VR백화점이라는 이름의 앱을 오픈한 바 있다. 이 앱에는 약 1만2000여개의 마이아 상품이 정력되어 있고 카테고리별 상위 100개는 3D로 제공 되어 360도로 상품을 살펴 볼 수 있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성숙한 시장

1990년대 이미 소득 3만달러를 넘긴 일본에서는 놀이 여가를 중심으로 한 소비문화가 확산 되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유행어중 하나인 하나모쿠라는 말은 놀기에 목요일이 가장 좋다는 뜻으로 주중으로부터 여가 활동이나 레저형 온천에 대한 소비가 늘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다빈치 연구소장인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소득 2만달러 시대에는 의식주 관련 소비를 비약적으로 늘리지만 3만달러 이상이 되면 경험에 투자하는 경향이 짙어 진다고 언급한바 있다.


다음으로 적극적으로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싶어하는 세대가 증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넓은 집에 비싼 차를 갖는 것이 성공의 척도처럼 여기던 시대는 지났다. 태어나면서부터 저성장의 시대를 겪어온 세대에게 그저 현재 즐겁고 재미 있게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가치관이 지배적이다. 이들은 일상에서 얻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에 대한 갈망이 재미 있는 콘텐츠라면 어디든 가서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체험할 준비가 되어 있다.



시사점

경험이 곧 콘텐츠인 시대, 소비자들은 어떤 유통공간이든 테마파크처럼 무엇이든 만져보고, 직접 체험해보고, 인증샷을 SNS에 업로드한다. 여행지에서 기념품을 사듯 제품 구매는 부수적인 것이다.

대개 사람들은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을 할때 이와 관련된 물건이나 제품을 소장해 당시의 기억을 간직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기념품을 구입하고 감동있게 본 영화의 입장권을 소중히 간직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특히 SNS공유에 민감한 세대들은 색다른 소비 경험과 자신만의 스토리에 열광하고 공유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경험이 중요한 경험경제시대에 어떠한 일을 준비 해야 할까?   




트랜드코리아 2017중에서